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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ghun Son / 까먹을까봐 남기는 블로그 운영 계획

Created Tue, 27 Jun 2023 23:50:49 +0900
1694 Words

왜 지금에 와서야 블로그를 만들었는지?

글이란 걸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게 고등학교 2학년 가을 즈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벌써 어엿 7년째, 생각과 배움을 적는 아무개로 살아가는 중이다. 2020년까지는 공책에다 연필로 꾹꾹 눌러 글을 썼고, 노션을 접한 이후로는 키보드를 두드리며 사유 해왔다.

내가 글을 쓰는 스타일은 ‘블로그’와 잘 맞지 않는다. 나는 수필보다는 시를, 공부 블로그보다는 지식을 한없이 압축한 치트시트를 주로 써왔다. 긴 글을 쓰는 능력이 썩 좋지는 않다는 뜻이다. 또한 특정 주제나 프로젝트를 소위 각 잡고 처음부터 끝까지 정리하는 방식으로 글을 적는다. 이 말인 즉 시간 축이 중요한 지표가 되는 블로그와는 약간의 거리가 있다.

이런저런 핑곗거리가 많아서 지금껏 만들었다 폭파시킨 블로그만 다섯 개는 넘을 것이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곳은 아마도 여섯 번째. 실패가 눈에 보이는 일을 여전히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그래서 왜 다시 시작하는지?

첫째, 작문 실력은 자산이고 일찍 시작할 수록 복리로 불어나기 때문이다. 나는 글쓰기를 업으로 삼는 나의 미래를 점친다. 소설가나 시인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기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응당 작성해야 하는 글은 앞으로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기술 문서, 개발 블로그, 발표 스크립트 등등 말이다. 글을 연습하면 남 보이기 덜 부끄러운 글을 남들보다 시간을 덜 들이고도 적을 수 있다. 이 복리 자산을 위한 종잣돈을 만들고자 이 블로그를 꾸민다.

둘째,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행복하고 싶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무얼 해야 행복한지를 알아야 한다. 이것을 알려면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얼 좋아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불교에서 말하듯 나를 관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잘 해내기 위해서 주로 하는 것이 명상과 일기이다. 나는 글을 한 자 한 자 엮는 행위가 곧 명상이라 생각한다. 또한 그 결과물은 나를 들어내는 일기가 된다. 행복을 위해 자연스레 나를 들여다 보는 글쓰기를 하는 것이다.

셋째, 유명해지고 싶기 때문이다. 영상의 시대가 도래했다고는 하지만 글 한 자의 파급력은 여전히 강하다. 블로그를 하다 출판을 제의받은 분도 계시고, 강연이나 책을 쓰는 일도 다반사이다. 이들을 모두 꾸준히 그리고 활발히 글을 썼기 때문에 이러한 쾌거를 이루었다. 영상이 가져다 주는 접근성은 물론 무시하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영상을 찍고 편집을 하는 과정보다는 블로그 글을 퇴고하는 과정이 더 좋다.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나 장비 문제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

그래서 어떻게 운영할건지?

  • 주제 상관없이 매주 한 편 이상 완성된 블로그를 적는다.
  • 블로그는 초안을 작성한 다음날 퇴고하고 배포한다. 초안을 작성한 당일에 배포하지 않는다.
  • 퇴고는 부산대 맞춤법 검사기와 ChatGPT를 이용한다.
  • Hugo를 나에게 맞게 끊임없이 수정한다.

블로그 구조는?

블로그는 포스트, 시리즈, 기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포스트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배포하는 글을 말한다.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블로그 글이다. 포스트는 카테고리를 나눠 주제별로 관리한다. 카테고리는 언제나 추가하거나 바꿀 수 있다. 지금은 크게 ‘WIL(What I learned)’, ‘기술’, ‘문학’, ‘삶’으로 나누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기술과 WIL의 차이는 글의 짜임새에 있다. WIL은 그 주에 배운 내용을 문맥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 작성한다. 반면 기술 카테고리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글을 짜임새 있게 구성한다.

시리즈는 하나의 대주제 아래 짜임새 있는 글들을 모아놓은 글을 말한다. 카테고리와는 다르게 하나의 시리즈를 완성하면 해당 시리즈는 수정을 할 수 없다. 이는 책처럼 하나의 판본으로 존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지금 노션에 적어놓은 시리즈가 많이 있기 때문에 조만간 옮겨올 계획이다.

기타에는 이력서를 넣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직 생각한 것이 없다.

마지막으로?

나는 내 직업을 모른다. DevOps 엔지니어나 백엔드 개발자일 수도 있고 아니면 Go 개발자일 수도 있다. 지금은 다양한 지식을 쫒으며 많은 공부를 하고 있다. 하지만 배움이 쌓이고, 아는 것을 잘 꿸 수만 있다면 보배가 될 것이라 믿는다. 조개가 진주를 빨리 만들도록 하는 것이 이 블로그의 역할이다. 꾸준히 걷되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

마지막으로 나의 좌우명 세 가지를 상기하며 글을 마친다.

  1. 타인에게 꼬리표를 붙이지 말자 (Don’t label someone)
  2. 입은 은헤를 나누자 (Pay it forward)
  3. 행복하자 (Be happy)